"저작권 위반" 소녀상 작가 김운성·김서경 부부, 남이 만든 소녀상 폐기를 요구
강원도 태백시 태백문화예술회관 시계탑 앞 보행로에는 가로·세로·높이 각 3m짜리 파란 천막이 서 있다.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지만, 천막 안에는 위안부 피해자를 형상화한 '평화의 소녀상(像)'(이하 소녀상)이 있다. 지난 22일까지는 천막 없이 넝마에 둘둘 말리고 발 부위는 목장갑이 끼워져 있었는데, "흉하다"는 지적에 태백시가 천막을 쳤다. 이 소녀상은 원래 지난 3월 제막식과 함께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한 차례 밀렸고, 최근 다시 무기한 연기됐다. 소녀상을 만든 장윤실 작가는 "녹여 없애야 할 처지"라고 했다. 무슨 사연일까.
태백 지역 시민 단체들로 구성된 '태백 소녀상추진위원회'(태백 추진위)는 작년 9월, 시내에 소녀상을 세우기로 하고 지역에 거주하는 장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소녀상 대표 작가 김운성 부부도 한때 고려했지만, 지역 작가에게 맡기는 게 의미도 더 있고, 제작비도 저렴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2011년 최초로 소녀상을 세운 김운성·김서경 작가 부부는 소녀상 제작비로 3300만원을 받는다. 태백 장 작가는 2600만원에 제작을 맡았다.
작품은 2월 완성됐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연기된 제막식(5월 23일) 닷새 전이던 이달 18일, 장 작가에게 문자 메시지 한 통이 왔다. 김운성·김서경 작가 부부 측이 보낸 문자였다. 문자에는 태백 소녀상이 '저작권법 위반'이란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태백 소녀상과 김 작가 부부의 소녀상은 헤어스타일과 앉은 모습, 무릎에 얹은 손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비슷하다. 김 작가 부부는 문자 메시지에 이어 "귀하의(장 작가) 행위는 범죄행위"라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전화로 태백 소녀상 폐기 처분을 요구했다. 장 작가는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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