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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행정장관 "홍콩에는 삼권분립이 없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홍콩에는 삼권분립이 없다"며 교과서에서 해당 문구를 삭제하려는 교육부의 움직임을 옹호했다.
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람 장관은 이날 "홍콩의 정치 시스템에는 권력 분립이 없다"며 "나는 교육부 장관의 발언과 자문 역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달 교과서에서 '권력분립'이라는 단어가 최소 2개 출판사의 교과서에서 삭제된 사실이 밝혀진 후 케빈 영 교육부 장관이 "홍콩에는 권력 분립이 없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람 장관은 "많은 사람들이 행정장관은 정부 수반일뿐이라고 오해한다"며 "사실 나는 정부의 수장이자 홍콩 특별행정구역의 수장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람 장관은 "홍콩 기본법 48조에 따르면 나는 집행부(행정부)만 관리하지 않는다. 최고책임자로서 각급 법원 판사를 임명 또는 해임하고, 세임이나 지출에 관한 발의안도 입법회에 상정하는 것을 승인하는 권한도 갖는다"고 말했다.
람 장관은 "그러면서도 3권은 각각의 책임을 갖고 있고, 서로 협력하지만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람 장관은 "홍콩의 사법권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때때로 정치적 문제는 행정부나 입법부에 결정하도록 맡기고 판사들은 증거에 입각해 공정한 판결만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SCMP는 홍콩의 행정·입법·사법권이 서로 독자적으로 운영된다는 발상이 여러 해 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고 지적했다.
2014년 제프리 마 홍콩 최고항소법원장은 홍콩 기본법이 "입법회와 집행부, 사법부 간 권력 분립의 원칙과 그 역할을 명확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중국 및 홍콩 정부는 통치 체제가 '권력 분립'이 아닌 '행정부 주도' 기반이라고 주장해왔다.
야당 의원들은 "람 장관의 발언은 사법부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홍콩 시민들은 입장을 바꾼 게 람 장관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권력분립을 이해해왔던 사람들인지 분명히 안다"고 질타했다.
데니스 궉 시민당 의원은 "지난 20년 동안 권력분립이 유지됐고 수많은 판결에서 판사들이 이를 인용했다"며 "이는 홍콩이 관습법 관할권이고, 삼권분립이 관습법에서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SCMP에 "람 장관은 홍콩에 권력분립이 없다는 중국의 내부 방침을 따르고 있을 뿐"이라며 "서구적 의미에서의 권력 분립은 완전한 민주주의에 따른 것이지만 홍콩에는 그런 민주주의가 없다"고 말했다.
요하네스 챈 홍콩대 헌법학자는 람 장관이 홍콩과 중국 정부 간 관계와 홍콩 내 권력분립에 대해 혼동했다며 "삼권분립의 본질은 견제와 균형이고 개인이나 기관이 무제한적인 권력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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