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차 한잔 했을뿐인데...푸틴의 정적 의식불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력한 정적(政敵)이자 야권 대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4)가 20일(현지 시각) 의식불명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나발니 측 키라 야르믜슈 대변인은 이날 “알렉세이 나발니가 오늘 오전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던 중 기내에서 의식을 잃었다”며 “급히 착륙한 뒤 중환자실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이어 야르믜슈 대변인은 “그가 공항에서 마신 차(茶)에 섞인 어떤 독성 물질에 중독된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것(차)이 그가 아침에 마신 유일한 것이다”고 전했다. “의료진은 뜨거운 액체를 통해 독이 빨리 흡수됐다고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그는 현재 시베리아 중남부 도시 옴스크의 한 응급 병원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의료진은 그의 의식이 돌아왔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나발니)가 심각한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나발니는 산소호흡기를 댄 채 필수 신체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
변호사이자 반(反)부패 운동가 출신 나발니는 현재 푸틴의 가장 강력한 맞수로 꼽힌다. 그는 200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푸틴을 비판하고 반(反)정부 움직임을 이끌어 청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2011년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 통합러시아당을 “사기꾼과 도둑놈들의 정당”이라고 꼬집었고, 이는 야권 지지층에서 여당을 조롱하는 대표적 별칭이 됐다. 그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푸틴 정권의 부패와 정경유착을 폭로하고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등지의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
나발니가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7월 푸틴이 유력 무소속 후보들의 선거 등록을 막아 모스크바 등에서 수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을 때, 그는 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때도 구치소에서 알 수 없는 화학물질에 중독돼 알레르기성 발작을 일으켜 입원했다. 당시 나발니의 변호인은 “그는 구치소 같은 방에 수감된 다른 5명과 똑같은 음식을 먹었지만 나머지 5명은 몸에 전혀 이상이 없다”고 언론에 밝혔다. 2017년엔 친정부 운동가가 그의 안구에 화학물질 테러를 가해 수술을 받고 한 쪽 눈이 부분적으로 실명되기도 했다.
나발니는 최근까지도 활발히 반정부 움직임을 이끌어왔다. 푸틴의 종신 집권을 가능하게 한 지난달 개헌 국민투표도 “위헌이자 헌정 쿠데타”라며 비난 성명을 쏟아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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