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과 주윤발은 왜 ‘홍콩보안법’ 뉴스마다 소환될까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중화권을 대표하는 두 영화배우의 이름이 소환되고 있다. ‘친중국’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성룡(청룽)과 ‘친홍콩’ 행보를 보이는 주윤발(저우룬파)이다.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성룡이 지난 29일 이름을 올린 한 성명서다. 이 글은 홍콩보안법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성룡을 비롯한 홍콩 문화예술계 인사 2605명과 관련단체 110곳이 참여했다.
성명에는 “국가안보 수호가 홍콩에 중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홍콩보안법 결정을 지지한다”며 “홍콩보안법이 국가안보의 구멍을 막는 동시에 문화예술계의 정상적인 창작의 자유와 발전공간을 보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쓰여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주윤발을 찾기 시작했다. 이들 대부분이 홍콩보안법을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친홍콩 성향을 이어왔던 주윤발을 언급하며 성룡을 재차 비판하기 위한 것이다.
홍콩 출신의 두 배우가 다른 행보로 비교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주윤발이 거리 시위에 참석했다는 목격담이 나온 게 가장 대표적이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주윤발은 검은색 모자와 복장, 마스크를 착용했고 함께 사진을 찍자는 팬들의 요청에도 거리낌 없이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중국 언론이 “주윤발은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다”며 가짜뉴스임을 주장했으나 명확한 근거는 없었다.
주윤발이 시위 현장에서 포착된 날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계엄령에 준하는 ‘긴급정황규례조례’를 발동해 복면금지법을 시행한다고 발표한 당일이다. 해당 법은 집회·시위 시 얼굴을 가리는 등 신상을 감추는 여러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뜻을 가지는데, 시위대 규모를 축소하고 움직임을 소극적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에 더 격분한 홍콩 시민들은 얼굴을 꽁꽁 싸맨 채 거리로 뛰쳐 나왔고 주윤발도 동참했다.
그러나 당시 성룡은 홍콩 시위가 본격화된 직후에도 “나는 그 시위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또 시위대가 오성홍기를 바다에 던진 사건에 대해서도 “나는 오성홍기의 수호자다” “홍콩은 내 고향이고 중국은 내 국가다” 등의 말로 비난을 불렀다. 이토록 상반되는 두 사람의 노선에 홍콩 시민들은 주윤발을 ‘따거’(형)로 부르며 추앙했고, 성룡에게는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었다.
한 살 차이인 두 사람은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라 1980~90년대 홍콩 영화를 이끌었다. 성룡은 ‘취권’ ‘용형호제’ 등으로 액션 영화 상징으로 불렸고, 주윤발은 ‘영웅본색’에 출연해 누아르 영화 대표자로 우뚝 섰다. 아시아를 벗어나 할리우드에 진출한 뒤 주목받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정치 성향 역시 처음에는 결을 같이 했다. 성룡은 1989년 천안문 시위를 지지하는 콘서트를 열었을 정도로 진보적 성향이 뚜렷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성룡이 친중인사로 분류된 건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부터다. 그는 공산당을 적극 지지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왔고 2005년 중국 본토에서 사업을 시작한 뒤 그 정도는 더해졌다. 인민해방군과 문화대혁명을 찬양하는 공연을 만들어 공산당 홍보에 열을 올렸고, 중국 국정 자문기관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 자리에 앉기도 했다.
2014년 중국의 내정간섭에 저항한 홍콩 ‘우산혁명’ 당시에는 “강성대국 없이 번영할 수 있는 곳은 없다”며 “시위로 인해 홍콩의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자유를 갖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런다면 혼란스러운 대만이나 홍콩처럼 될 것”이라는 말을 2009년에 했다.
반면 주윤발은 평소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는 발언으로 유명했다. 같은 우산혁명을 두고 그는 “홍콩 학생들의 용기에 감동했다” “평화시위에 무력진압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이후 중국 정부가 주윤발의 중국 본토 활동을 금지했으나 “상관없다. 돈을 좀 덜 벌면 된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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