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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우디 왕세자, ‘킹오파 개발사’ SNK 인수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자가 ‘킹 오브 파이터즈(KOF)’ 개발사 SNK를 인수한다. SNK 인수가는 약 2100억원에 달하며 내년 1월 모든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SNK 인수한 ‘오일머니’ 정체는?
26일 SNK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게임사인 ‘일렉트로닉 게이밍 디벨롭먼트 컴퍼니(EGDC)’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해 EGDC가 사들이는 SNK 주식은 606만5798주로 양수도 대금만 2073억4572만원에 달한다. 관련 양수도 계약에는 현재 2대 주주인 중국 퍼펙트월드사의 지분 94만7781주도 포함될 예정이다.
2000억원대 계약을 성사시킨 대부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SNK를 인수하는 EGDC의 최대주주는 ‘모하메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재단’으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SNK는 해당 계약이 진행될 경우 내년 1월 12일 최대주주가 변경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SNK의 지분 구성을 보면 아시아 각 지역별 기업들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최대주주는 698만4700주(33.16%)를 보유한 홍콩의 ‘주이카쿠’다. 이어 중국 대형 게임사로 잘 알려진 ‘퍼펙트월드’가 384만주(18.23%)로 2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홍콩의 ‘로젠’도 133만3099주(6.33%)를 보유한 상태다.
EGDC가 내년 1월 12일 2073억4572만원을 지급하면 홍콩 주이카쿠가 가진 606만5798주를 취득하게 된다.
이후 3개월 뒤 거래당사자들간 합의한 선행조건이 성취되면 EGDC는 공개매수를 통해 SNK의 자사주 372만7939주도 취득할 수 있다. 주이카쿠와 퍼펙트월드는 공개매수 진행 시 남은 잔여주식 내에서 청약이 가능한 단서조항이 남았다.
관련 계약이 모두 종결될 경우 EGDC는 총 701만3579주(33.3%)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다. 주이카쿠와 퍼펙트월드도 공개매수를 통해 주식 청약 기회를 남겨뒀지만, EGDC의 조건 이행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에 사실상 지분 획득을 장담할 순 없는 실정이다.
게임에 관심 보인 사우디 왕세자
업계에 따르면 이번 SNK 인수전은 물 밑에서 조용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SNK의 경우 일본에 위치하고 있지만 한국 코스닥에 상장된 게임기업이며 대주주는 홍콩과 중국업체들로 구성된 상황이다. 사우디 왕세자의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인수가 진행된 만큼 향후 경영권이나 사업 소재지에 대한 변화도 빠르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게임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대규모 오일머니가 투입되는 만큼 SNK의 체질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비교하긴 어렵지만 지난 2008년 ‘만수르(본명: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는 막대한 재력을 바탕으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소속된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인수 후에도 10년간 2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하며 팀을 글로벌 명문 구단으로 탈바꿈한 전력이 있다.
SNK도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경우 사업적인 측면에서 대대적인 개편을 모색할 수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SNK 매출 비중을 보면 IP 라이센스가 55.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콘솔 및 PC 게임이 23.6%로 뒤를 이었고 모바일 게임의 비중은 19.4%에 그쳤다.
현재 SNK는 ‘KOF’, ‘사무라이 스피리츠’, ‘메탈슬러그’, ‘아랑전설’, ‘용호의 권’, ‘비스트 버스터즈’, ‘월화의 감사’, ‘데이즈 오브 메모리즈’ 등 다양한 IP를 통해 한국, 홍콩,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과 북미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 자체 개발작이나 흥행 IP를 수주해 기업 성장 동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IP 라이센스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만큼 오일머니의 유입은 SNK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게임업계는 인수 주체로 나선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영향력도 주목하고 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비전 2030’ 전략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업을 혁신하겠다는 계획을 공공연하게 밝힌 바 있다. 지난해는 한국에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며 구조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운영중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로 벌어들인 막대한 재력과 함께 차기 왕위 계승이 유력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분 100% 자회사를 통해 SNK를 운영할 경우 경영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최대주주인 홍콩의 주이카쿠는 갈지휘 SNK 대표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다. 주식 양수도 계약이 체결되면 주이카쿠의 지분이 대폭 낮아지기 때문에 갈지휘 대표의 경영권 방어에 힘을 싣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6일자로 토야마 코이치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고 갈지휘 회장이 대표로 복귀한 만큼 내년부터 진행되는 SNK 사업 및 운영의 변수는 ‘오일머니’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약 사우디아라비아가 게임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 게임업체를 인수하는 것이라면, SNK 외에 또 다른 게임사를 눈여겨 볼 가능성도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동 게임시장은 아시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에 속하지만 성장세나 잠재력 면에서 높은 수요층을 확보한 시장”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주도해 게임사를 인수할 정도라면 향후 관련 업계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집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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