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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절대선, 옆에만 가도 義人으로 변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야간 취재를 돌 때 서울 강북 끄트머리에 있는 설훈 의원 아파트에 자주 들렀다. 40대 중반 초선이었던 그는 정권을 막무가내 옹호하는 60, 70대 의원들과 달랐다. 말이 통했다. 동교동계 막내답게 DJ에 대한 충성심은 절대적이었지만 일반 현안에선 야당과 대화로 정국을 풀어야 한다는 유연한 입장이었다.
그는 이제 나이 70을 바라보는 집권당 5선 의원이 됐다. 설 의원이 얼마 전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를 감싸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무릎이 아파서 군대를 안 가도 됐는데 어머니 때문에 병역을 완수했으니 칭찬해 줘야 한다”고 했다.
20여 년 전 내가 알았던 ‘그 사람’이라면 추미애 사태로 인한 민심 이반을 걱정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입에서 정반대 말이 나온다. 열성 지지자 눈치를 보느라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걸까. 그렇게 믿고 싶다.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싶은데 “내가 한 말이 진심”이라는 답을 듣게 될까봐 겁이 난다.
김종민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 내내 추미애 장관을 변호했다. 여당 출신 국회의장마저 “질문은 안 하느냐”는 핀잔을 줄 정도였다. 그는 “추미애 논란은 자식 군대 보낸 모든 어머니들을 괴롭히는 것”이라고 했다.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서 미안하다”는 어머니들 상처에 염장을 지르는 격이다. 노무현 청와대 참모 시절 몇 차례 마주쳤던 그도 온건하고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내가 알았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그 사람이 저런 말을 할 리가 없는데….” 요즘 들어 혼자 이런 탄식을 하곤 한다. 나이가 들고 처지가 바뀌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래서 과거와 다른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아니다. 멀쩡했던 사람들이 상식과 도리에서 한참 벗어난 말을 쏟아낸다. 영혼이 제자리를 이탈해야 나올 수 있는 말이다. 사이비 종교 신도의 방언을 듣는 느낌이다. 그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집권 세력 쪽에 몰려 있다. 삐뚤어진 확신도 감염병처럼 접촉을 통해 번져 나가는 모양이다.
이 신흥 종파의 첫째 계명은 “문재인 대통령은 절대 선(善)이자, 무(無)오류”라는 것이다. 그 결점 없는 완벽성은 대통령뿐 아니라 대통령과 연결된 모든 대상으로 전이된다. 대통령의 옆에만 가도 모든 허물이 사라지고 의인(義人)으로 변한다. 그렇게 ‘문재인 사람’으로 인정받고 나면 그의 언행 역시 비판 불가 성역으로 보호받는다.
추미애 사태의 여권 대응 논리는 이렇게 전개된다.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장관을 낙점했다. 그 선택으로 추 장관은 결점 없는 인간이 됐다. 그러니 추 장관 부부의 아들 휴가 연장 청탁 행위도 잘못일 수 없다.’ 그 결론부터 먼저 내려놓고 변명을 짜맞춘다. “여당 대표면 장관에게 부탁할 수 있었는데 민원 창구를 통했으니 외압이 아니라 오히려 미담”이라는 궤변이 그래서 나온다.
추 장관 아들 역시 문재인→추미애→아들로 이어지는 복제 작용을 통해 ‘문재인 사람’이 된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군인의 본분을 다했다는 칭송을 받으며 안중근 의사와 동렬에 올랐다. 21개월 군 복무 기간 동안 휴가 58일을 쓰고, 19일 병가에 일반휴가 4일을 붙여쓰는 특혜까지 누린 그에게 ‘위국 헌신’ 공로를 인정해 준 것이다.
정체불명의 짝퉁 종교가 나라에 번지고 있는 조짐은 작년 가을 조국 사태 때부터 나타났다. 앞과 뒤가 딴판인 파렴치한 위선이 드러났는데도 지지자들은 “조국처럼 깨끗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기독교의 성부·성자 교리가 ‘절대선 문재인’과 ‘그리스도 조국’을 한 몸으로 떠받드는 이단 숭배로 변주됐다. 조국 아내인 정경심 교수까지 성수(聖水) 세례를 받았다. 자녀 입시부정 혐의로 구속된 정 교수는 “내가 이 안에 있는 유일한 이유는 사법 개혁”이라는 옥중 서신을 썼고, 200일 만에 석방되던 날 자정 넘게 구치소 밖을 지킨 ‘깨시민’들은 “정경심, 사랑해요”를 외쳤다. ‘문재인 교파’의 대표 사제격인 유시민씨는 정 교수가 PC를 반출한 것이 드러나자 “증거 인멸이 아니라 증거를 보전한 것”이라는 황당 변론을 내놨다.
북에서 김정은의 현장 지도 중에 격려를 한번 받고 나면 그 후 웬만한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을 면한다고 한다. 위대한 지도자 동지가 언제 ‘그 동무 잘 있느냐’고 물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남쪽에서도 대통령과 한편이 되면 모든 허물을 용서받고 존경과 사랑까지 받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유일 숭배 체제로 ‘조선은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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