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위안부 할머니 당사자중심 시민단체 ‘아이캔스피크’
대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당사자 중심의 시민단체 ‘아이캔스피크(가칭)’가 광복절 출범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말할 수 있다’는 뜻의 아이캔스피크는 이용수(92) 할머니가 겪은 일본군 위안부의 실태를 토대로 2017년 제작된 영화 이름이다.
2015년 대구여상 소공원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주도한 시민운동가(58)에 따르면 아이캔스피크는 위안부 할머니와 관련된 세미나와 강연을 전문적으로 하게 된다. 이 단체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후원금을 받아 운영하되, 외부에 회계를 맡겨 투명성을 확보하고 강연을 통해 생기는 수익은 전액 할머니에게 드릴 계획이다.
이 단체는 정의기억연대, 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 등 기존 위안부 관련 단체와는 달리 할머니를 위한 활동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정의연과 시민모임이 활동가 중심의 단체라면 아이캔스피크는 피해 당사자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시민운동가는 “고령의 할머니들은 자식도 없고, 딱히 돈을 모아둘 이유가 없어 푼돈이라도 좋은 곳에 사용하고 싶어 한다”며 “대부분 고독한 생활을 하고 있어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요집회 방식 변경과 한국과 일본간 청소년 교류를 통한 역사교육 등을 주장한 이 할머니가 아이캔스피크를 중심으로 활동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시민운동가는 “이용수 할머니께 시민단체를 추진한다고 말씀드리니 ‘모금을 할 생각이면 아예 그만둬라’고 하셔서 취지를 잘 설명드렸다”며 “돈이 쌓이면 문제를 낳기 때문에 강연이나 행사가 끝날 때마다 통장을 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후원자 결성은 상당 부분 진척됐다. 20여명이 뜻을 같이 했고, 미국과 영국 교포사회도 호응했다. “대구를 중심으로 시작하지만 우리나라와 해외 전체를 무대로 일본의 만행을 알리게 될 것”이란 것이란 설명이다.
2017년 이용수 할머니의 미국 하원청문회 증언도 지원한 이 시민운동가는 일본군 위안부와 탈북민, 다문화이주 여성 등 소외받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아이캔스피크의 활동 범위를 넓혀갈 포부다. ‘말할 수 있다’는 아이캔스피크 이름대로 일제 식민시대와 전쟁, 분단, 이민 정착 과정의 아픔과 상처를 용기있게 고발하고 역사 발전의 영양분으로 삼자는 것이다.
이 시민운동가는 “이용수 할머니께서 입버릇처럼 ‘30년을 해도 변한 게 없다’고 말씀하시니,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시민단체를 운영하고 싶다”며 “할머니들이 열 일곱 분만 남았으니 지금이 아니면 할래야 할 수 없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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