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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국자 수송 버스 2100여대에 "돈"이 없어서 넉달째 미지급

나나시노 2020. 6. 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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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국자 수송 버스 2100여대에 "돈"이 없어서 넉달째 미지급

 

 

 

 

코로나 급할땐 부려먹고… 전세버스값도 안주는 정부

지난 6일 오후 6시 인천공항 제1터미널 공항철도역사 지상층. 47인승 전세 버스 기사 최부근(69)씨는 'A 주차구역'이라고 쓰인 출입구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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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6시 인천공항 제1터미널 공항철도역사 지상층. 47인승 전세 버스 기사 최부근(69)씨는 'A 주차구역'이라고 쓰인 출입구 앞에 버스를 세워놓고 내려, 벤치에서 쉬고 있었다. 승객이 10명쯤 버스에 올라타자 최씨는 마스크를 쓴 뒤 "출발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일어섰다. 최씨의 업무는 인천공항에 내리는 해외 입국자들을 전국의 코로나 격리 시설까지 수송하는 것. 정부로부터 이 업무를 위탁받아 3월부터 격일로 인천공항에 출퇴근한다. 수송 업무 1회당 들어가는 돈은 공항고속도로 이용료 2만2600원에 기름값 12만~13만원 등 총 15만원 안팎. 이 돈을 지금까지 최씨는 개인 돈으로 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비용은커녕 내 임금도 넉 달째 한 푼도 못 받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의 최전선에서 정부를 대신해 일하는 이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 지급을 지연하면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세 버스 기사들이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 전세 버스 2100여대를 최씨 사례처럼 '해외 입국자 격리'를 위해 동원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관광 수요가 사라지며 생계 위협에 처한 버스 기사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까지 업계에 지급한 돈은 '숙박비' 명목으로 40여명에게 준 총액 194만원이 전부다. 나머지 돈을 정부는 "예산 마련이 늦어진다" "운송 요금이 비싸다" 등의 이유를 대며 9일까지 단 한 푼도 주지 않았다. 버스업계에선 "정부의 갑질"이란 말까지 나왔다.

대구에서는 간호사들이 돈을 못 받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대구시내 10개 종합병원 소속 간호사 약 3200명이 하루 5만원씩 책정된 위험수당, 전문직 수당 등을 받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으로 20조원을 지원했고, 대통령도 미디어를 통해 참여하는 이른바 '덕분에 챌린지' 등을 벌이고 있다.

 

올해 3월 해외 입국자발(發) 코로나 감염이 잇따르자, 정부는 공항에서 걸러낸 감염자를 곧바로 전국 격리 시설에 수용하고, 완치 후 귀가를 돕기 위해 전세 버스를 투입했다.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집계가 이뤄진 3월 22일~5월 10일에만 인천공항에 925대, 전국 격리 시설 인근에 183대가 투입됐고, 이후로도 하루 평균 25~30대의 차량이 운행 중이다.

 

전세버스조합은 4월 14일 정부에 1차 운송비용으로 3억원을 청구했다. 인천공항에서 각 격리 시설로 출발하는 대형 버스는 대당 하루 55만원(경기권)에서 88만원 선(충남권). 각 격리 시설에서 인근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중형 셔틀버스는 66만원 선이었다. 국토교통부와의 합의를 마친 금액이었다. 그걸 복지부가 다시 깎았다. 5월 11일 이후로 대형 버스 운송 비용은 하루 약 45만원(경기권)·77만원(충남권), 중형 셔틀버스는 하루 45만원이 됐다. 버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운송비 외에 대기 시간에 대한 임금 등은 정부가 반값으로 후려쳤다"며 "하지만 업계 형편이 워낙 어려워 그거라도 받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마저 운송비는 9일까지 전혀 지급되지 않았다. 업체와 기사들은 '무임금'에 개인 돈·회삿돈을 털어 넣으며 버티고 있다. 정부는 출장지 숙박이 필요한 기사 40여명에게만 총 194만원 숙박비를 지급했는데, 1박당 약 4만원꼴이다. 선진관광 소속 버스 기사 강승윤(55)씨는 "기사들은 밥값 몇 푼 벌자고 목숨 걸고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정부에선 돈도 안 주면서 민원이 있어 전화하면 뚝 끊어버리기 일쑤"라며 "재난지원금 20조를 풀고 있는 정부가 정작 가장 위험하고 열악한 일을 하는 우리를 이렇게 박대할 수 있냐"며 분개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장 가격과 물가 자료를 고려해서 비용을 산정하느라 시간이 지연된 것"이라며 "기획재정부의 예비비 편성이 늦어진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이어 "1차분(18일치) 3억8800만원은 이번 주 안에 99% 확률로 집행될 것"이라고 했다.

비슷한 일은 대구 의료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현지 의료진에 대한 수당 차별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대구 지역 코로나 거점·전담 병원으로 운영됐던 10개 종합병원 간호사 약 3200명은 외지에서 파견된 간호사들과 달리 하루 5만원씩 책정된 위험 수당, 전문직 수당 등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역지부 측은 "'의료진 덕분에'라는 감성적 구호 뒤에 차별과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태도만 있다"고 했다.

이러한 불만에 복지부는 "3차 추경 예산에 311억원을 편성해 보상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지난 3일 발표된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 예산안에도 해당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대한간호협회는 성명을 통해 "추경 예산안의 0.09%에 불과한 간호사 수당조차 인색한 정부라면 앞으로 누가 감염병 환자를 돌보겠다고 나서겠느냐"며 "간호사에 대한 푸대접은 이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했다.

앞서 대구에서는 지난 2월 시작한 이른바 '신천지 사태' 때도 간호사 수당 문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대구시와 정부는 외지에서 파견된 간호사에게 지급하는 하루 30만~40만원 규모의 위험 수당, 전문직 수당 등의 지급 시기는 '2주 단위'로, 4대보험 공제는 '4주 단위'로 적용하면서 혼선이 생겨 수당 지급이 늦어졌다. 2~4월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근무한 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강정화(51) 간호사는 "모두가 환자 치료에 정신없는 와중에 수당 지급 기준이 조금씩 바뀌었다는 통보가 이어졌지만 정작 지급되는 돈은 없었다"며 "동료들은 '우리가 이런 취급을 받고 있구나'라며 공분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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